![]() by 수선화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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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식탁에는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인 홍합탕이 푸짐하게 올랐다. 볼그스름한 빛깔에 쫄깃쫄깃 씹히는 속살은 아이들 몫이고 나는 실파 송송 띄운 국물을 숟가락 가득 담아 입에 넣기 바쁘다. 껍껍하고 불편했던 속이 한방에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저녁에는 홍합을 넣어 섭죽을 끓여달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다.
섭죽은 강원도 북부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토속음식인데 홍합과 고추장, 감자가 어우러져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더할 수 없는 별미다.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쌀을 씻어 불린 다음 생홍합과 감자를 넣고 고추장을 넉넉히 푼다. 물론 죽을 끓이는 것이므로 물은 넉넉히 부어야 한다. 준비가 되었으면 불 위에 얹어 천천히 저어가며 1시간 정도 끓인다. 쌀알과 감자가 푹 익었다 싶을 때쯤 양파와 풋고추를 넣고 다시 한번 보글보글 끓여 먹으면 된다. 홍합 하면 술안주나 속풀이 술국의 대표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남성들에게 좋은 식품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여성들에게 더 추천할 만하다. 고종 22년(1885년) 황필수가 편찬한 의서 [방약합편]을 보면 홍합은 "오래된 이질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하며 음식을 소화시켜 부인들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했다. 또 [동의보감]에도 "오장의 기운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히 하며 성기능장애를 치료한다. 몸이 허해서 자꾸 마르거나 아기를 낳은 후에 어혈이 생겨(피가 뭉쳐) 배가 아플 때 이용하면 좋다"고 했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음부에 상처가 났을 경우 홍합 수염을 불로 따뜻하게 해서 바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중국사람들은 홍합을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부르면서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진다고 믿어왔다. 영양학적 가치를 따져보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각종 비타민(B12, B2, C, E, 엽산)과 미네랄(철, 요오드 셀레늄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빈혈 예방과 노화 방지, 피부미용에 매우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기능을 북돋워주는 타우린도 상당량 들어 있는데, 이는 홍합이 술안주나 속풀이 해장국으로 좋은 이유가 된다. 더욱이 식물에는 없는 프로비타민D의 함량도 높다. 프로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므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많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준다. 평소 식은땀을 많이 흘리거나 자주 어지럽고 체력이 허약한 사람들에게도 홍합을 권한다. 조혈작용이 있어서 체력 보강과 원기 회복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홍합은 강력접착제나 인공피부 재료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홍합은 물 속에서도 접착성이 강한 단백질을 분비해 자기 몸을 바위에 단단히 고정시키는데 이런 성분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바다 환경이 오염되면서 홍합에서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성태[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